고마워요~ BTS!

나의 아내는 사려깊고 이해심 많은 사람이다.
나를 아는 사람들은 내 아내를 보지 않아도 그런 사람이라는 것 쯤은 단숨에 알 수 있을 것이다.
일단 내 첫번째 취미는 사진이다. 집을 비우고 이리저리 사진찍으러 다니는 경우가 많았다.
카메라도 좋아한다. 나는 집과 카페에 있는 카메라가 다 합해서 몇 대인지 정확히 모른다. 한 50대 정도까지는 세다가 이제는 세지도 않는다. 대략적 위치만 기억하고 그 위치가 비는지 확인하는 정도이다.
야구도 좋아한다. 82년 원년 멤버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35년 넘는 야구역사를 줄줄 꾀고 있고, 그걸 관심도 없는 아내에게 주저리주저리 떠든다. 물론 아내는 못알아 듣는 눈치지만 내가 하는 얘기라서 그런지 경청해주고 반응해 준다.
캠핑도 한다. 처음에는 스타렉스로 가서 차박 위주로 하다가 아예 스타렉스 신차를 캠핑용으로 개조해서 끌고 다닌다. 아내가 같이 가주지 않으면 아예 떠나지를 않으니 나에게 맞춰주기 위해 야외 취침을 같이 한다.
시계도 좋아한다. 한때는 시계제작자가 되고 싶다며 이리저리 알아보기도 했다.
음악과 오디오에도 관심이 많아서 해드폰, 이어폰, 스피커 등등 좋다 싶은 것들을 사다놓고 듣고 즐기고 했다.
게임.. 아.. 게임.. 내 하드에는 90년대 초반 올드게임부터 최근게임까지 없는게 없다. 다만 할 시간이 없어서 못할 뿐
프라모델.. 옷장 위에는 사다만 놓고 시간없어서 조립 못하고 있는 전투기들이 수십대이다.
책보는 것은 말할 것도 없어서 내가 너무 많은 책을 보다보니 어머니는 내가 책보는 것은 ‘노는 것’으로 규정하고, 책 사고 보는 것을 금지시키기도 했다. 지금도 집에 책이 너무 많아서 상당수는 박스에 넣어서 다락방에 보관 중이다.
한마디로 나는 좋아하는게 너무 많고, 갖고 싶은 것도 많다. 허영심도 좀 있어서 그런 것들도 고급지고 좋은 것으로 하려고 한다.(대부분 중고라는 건 함정)
이런 것들을 다 이해해주는 아내라니..
내가 뭔가 하고, 들고 다니는 것을 보면..
‘아.. 저 인간의 아내는 이해심이 보통이 아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까?
반면에 아내는 그런 것이 없다.
아니. 없었다.
뭐 먹으러 갈래? 자기 먹고 싶은거 먹자. 난 그런거 고민하는게 싫어.(실제로 아무거나 잘 먹음)
뭐 갖고 싶은거 없어? 없어.(진짜 없음)
생일인데 뭐 필요한거 없어? 없어.(편지 한장을 더 고마워 함)
보너스 받았는데 뭐 사줄까? 나무나 한그루 사다 심어줘.
대략 이런 대화가 오간다.
이래도 응, 저래도 응.
이래도 좋다. 저래도 좋다.
가슴에 부처님이 들어있나. 해탈을 했나.
그래서 취미라고 뭘 할 때마다, 뭘 살 때마다 미안했다.
벌이의 90%는 내가 쓰는 것 같고(명색이 맞벌이 인데..)
아내는 먹고 사는데만 쓴다.
그런 아내가..
그랬던 아내가 좋아하는게 생겼다.
방탄소년단. BTS!
BTS의 노래가사 하나하나가 너무 이해된다며,
그 친구들이 너무 힘들어보인다며..
평생 SNS라고는 안하던 사람이 BTS의 소식을 알기 위해 트위터와 유튜브에 가입하고, 아미 가입을 알아보고, 브이라이브인지 브이로그인지를 들여다본다. 데뷔 시절 자기네들이 찍어서 올린 영상들을 다 찾아보고 울고 웃는다.
카페 오픈 준비를 할 때면 BTS음악을 배경으로 청소하고 준비하고, 차를 타도 BTS가 나오고, 스마트폰에도 BTS가 가득하다.
라이브 방송은 실수할까봐 걱정된다며 녹화된 방송을 엄마 미소를 띄며 본다. 어린 나이에 너무 고생이 많다며 누가 쓰러졌다는 소식이 들리니 엄마의 마음으로 아파한다.
예전보다 훨씬 자주 웃고 많이 웃는다.
결혼하고 15년 넘게 사는 동안 ‘내가 저 사람을 저렇게 웃게 해준적이 있었던가?’ 싶을 만큼..
어찌됐든 아내는 행복한 것 같다.
BTS 덕분에..
15년 같이 살아온 남편이 해내지 못한 일을 BTS가 해냈다.
고마워요~ BTS!
2 Comments
이순철
훌륭한 마나님과 행복하게 사는 모습이 너무 좋군요!!
가본 지 꽤 되었는데…
건강하게 사는 모습 보니 보기 좋습니다^^
dreamcollector
감사합니다~
하루하루가 즐겁고 행복합니다..
남은 2019년도 잘 보내시고 새해에도 좋은일 가득 하시길 빕니다.